애플이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과 공급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 서버에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집중되면서 노트북과 태블릿 등에 쓸 D램 확보가 원활하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판매용 기기에 사용할 메모리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로부터 공급받는 방안을 협상 중이며,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은 단계다. 협상이 성사되면 애플의 메모리 공급업체는 기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곳에서 5곳으로 늘어난다.
복수의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빅3’가 생산하는 D램의 절반 이상이 서버용으로 쏠리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 높은 AI 서버용 제품 생산을 늘린 결과, 스마트폰과 PC용 범용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지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칩 가격의 급등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고 흡수하려 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한 바 있으며, 지난달 맥과 아이패드, 비전 프로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며 메모리 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CXMT와 YMTC는 미국 국방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지원 기업으로 지정한 ‘1260H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이 명단이 즉각적인 거래 금지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향후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고 성격을 지닌다. YMTC는 2022년 미국 상무부 수출 제한 명단에도 포함된 바 있으며, 애플이 당시 YMTC 메모리 채택을 추진했다가 미국 정치권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한 전력도 있다. 팀 쿡 CEO는 이번 거래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도 AI 특수를 발판 삼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CXMT는 최근 텐센트와 200억위안(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서버용 D램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다른 중국 인터넷 기업들과도 추가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투자은행 제퍼리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3~4분기에 전 분기 대비 30~50% 상승하고 내년에도 전년 대비 40~4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CXMT의 D램 기술력이 글로벌 선두 업체보다 1.5~2세대가량 뒤처져 있어 2027년까지는 시장 판도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