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와 부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글로벌 빅테크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자본지출 증가분 가운데 약 250억 달러가 메모리와 부품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밝혔고, 메타도 실적 발표에서 부품 가격 부담을 언급했다.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나자 투자 규모와 시기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웹서비스는 지난해 일부 해외 데이터센터 임차 협상을 중단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데이터센터 두 곳 규모의 건설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메모리를 덜 쓰는 기술의 확산이다. 구글이 지난 3월 공개한 압축 기술 ‘터보퀀트’가 대표적이다. AI가 사용자와 나눈 대화를 저장하는 캐시는 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담기는데, 대화가 길어질수록 필요한 용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구글은 데이터를 각도와 거리로 표현하는 극좌표 기반 압축을 적용해 캐시 용량을 기존의 6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효율 기술이 자리 잡으면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완만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따라붙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런 전망이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히려 기술 효율이 높아질수록 전체 메모리 수요가 더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이 내려가면 새로운 서비스가 확산되고 결국 자원 사용량이 더 늘어나는 이른바 ‘제번스의 역설’이 AI 산업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화가 곧 수요 둔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반론인 셈이다.
한편 한국 메모리 반도체 주가를 둘러싼 경고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번 램스타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에 자금이 집중된 한국 증시가 거품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약 65% 높은 수준에서 거래된다며 2000년 닷컴 버블에 비견되는 괴리라고 경고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 역시 대만과 한국 AI 기업에 대한 투자 쏠림을 우려하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