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최첨단 AI 모델과 반도체, 인프라에 대한 접근권을 미국 동맹국 관계를 재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 관계는 공유된 가치와 안보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유지돼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AI가 경제·군사적 힘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프런티어 AI 모델과 칩, 인프라가 미국의 새로운 영향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행정부는 최근 가장 강력한 AI 모델에 대한 동맹국의 접근을 제한하면서도, 유럽이 자체적인 AI 산업 역량을 갖추지 못한 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다른 모두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유럽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 측면에서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영국이 환경 우려 때문에 북해 에너지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난 화요일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 ‘페이블(Fable)’과 ‘미토스(Mythos)’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해제했다. 앤트로픽과 행정부는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통해 15개국 이상 150여 개 기관에 미토스 접근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상무부는 필요시 이 접근을 다시 회수할 권한을 유지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 토마스 레니에는 앤트로픽과의 논의를 강화해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통한 미토스 접근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그 사이에는 GPT-5.5-사이버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은 별도로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해 향후 기술 대화의 범위와 수준을 조율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프런티어 AI 모델, 칩 공급망, 사이버보안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동맹국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AI 공급망·핵심광물 확보 구상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에는 참여하면서도, 동시에 첨단 AI 모델 접근은 제한당하는 이중적 처지에 놓여 있다. 유럽연합과 여러 유럽 국가는 지난주 팍스 실리카에 서명했지만, 미국은 이와 별개로 이들의 최첨단 모델 접근을 계속 제약하고 있다. 코히어의 글로벌 정부·대외 협력 총괄 A.J. 바델리아는 “각국 정부가 내리는 결론은 팍스 실리카에는 참여하되, 가능한 부분은 미국 생태계와 협력하고 불가능한 부분은 자체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5.6 역시 정부 우려로 인해 지난달 단계적 출시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알려져, AI를 둘러싼 국가 간 신경전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