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엔비디아(Nvidia) 로보틱스 연구원들이 설립한 스위스 스타트업 플렉시온 로보틱스(Flexion Robotics)가 사무실의 각종 잡무를 스스로 처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회사는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상자를 나르는 것과 같은 단순 동작들을 개별적으로 학습시킨 뒤, 마스터 AI 알고리즘이 이 동작들을 조합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 영상들은 대부분 셔츠 개기나 선반 정리처럼 특정 작업 하나만 수행하도록 학습됐으며, 이 과정도 사람이 뒤에서 조종하는 원격조작(teleoperation)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방식은 로봇이 낯선 환경에 놓였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플렉시온은 이와 달리 로봇을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학습시키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공개된 시연 영상에서는 유니트리(Unitree)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조한 기체가 “플렉시온 앞으로 배달된 과자 소포를 계단으로 가서 찾아온 뒤 엘리베이터로 올라와 상자를 풀고 선반의 빈 서랍에 물건을 정리하라”는 명령을 받고 자율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이 담겼다. 플렉시온의 시스템은 여러 AI 모델을 결합해 작동한다. 메인 AI 모델은 사람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영상을 학습해 어떤 행동을 언제 취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시뮬레이션에서 미리 습득한 동작들을 실제 환경에서 실행에 옮긴다. 사무실 우편실에 도착하려면 특정 문들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학습하는 식이다. 별도의 시스템이 로봇의 모터를 제어해 보행과 팔다리 움직임, 균형 유지를 담당한다.
플렉시온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이며 전직 엔비디아 로보틱스 연구과학자였던 니키타 루딘은 소프트웨어의 핵심 비결로 강화학습의 폭넓은 활용을 꼽았다. 마스터 AI 모델부터 시뮬레이션, 모터 제어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의 모든 층위가 시행착오를 통해 과제를 습득하는 강화학습 방식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일론 머스크나 젠슨 황 같은 업계 리더들은 휴머노이드가 인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며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로봇 자율주행 기능안전 플랫폼 같은 인프라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처럼, 플렉시온의 시연은 휴머노이드 본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AI 모델의 근본적 진전이 관건임을 보여준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시장을 조사하는 ABI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조지 초우드리는 “휴머노이드 본체 자체가 혁신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AI 모델이 혁신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ABI 리서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시장이 2036년까지 15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한다. 루딘은 플렉시온이 여러 로보틱스 기업들과 협업 중이며 다양한 휴머노이드 기체에서 범용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초우드리는 플렉시온이 성공하려면 하드웨어 제조사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소프트웨어 없이는 애초에 시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