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최근 ASML 고위 임원들과 잇달아 진행한 회동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장비가 중국에 반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미세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인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로,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전면 금지돼 있다. 미 상무부는 ASML이 EUV 관련 부품과 수송 장비를 중국으로 반출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 증거를 ASML 측이나 외부 매체에 공개하지 않은 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ASML 측은 이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ASML CEO 크리스토프 푸케는 자사가 납품한 모든 장비의 소재를 추적 관리하고 있으며, EUV 장비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 사이에 내부 방화벽을 수년 전부터 구축해 중국 현지 인력은 관련 기술·문서·교육 접근이 원천 차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EUV 장비 제작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가운데 새롭게 개발된 부분, 즉 EUV 광원 생성 문제만 해결하는 데 20년이 걸렸다며 단 한 번도 장비를 본 적 없는 상태에서의 역설계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ASML은 구형 DUV(심자외선) 장비는 중국에 계속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수출 허용 범위 안에서 세대 간 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매출의 약 20%를 이 허용된 중국 판매에서 기대하는 만큼, 불법 EUV 수출 위험을 감수할 상업적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이번 사안의 배경으로는 미국 상무부가 ASML의 EUV 독점 기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xLight에 최대 1억5000만 달러의 정부 자금을 투입한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xLight CEO는 자사가 ASML의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를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러트닉이 주도하는 상무부가 xLight에 자금을 댄 채 ASML의 독점 기술을 문제 삼는 구도는 이해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미 의회에서는 ASML의 허용된 DUV 장비 중국 판매마저 금지하는 초당파 법안이 핵심 위원회를 통과해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이 주목받고 있다. ASML은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 수준으로 유럽 최대 상장 기업이며, 엔비디아와 애플 칩을 위탁 생산하는 TSMC를 포함한 모든 최첨단 파운드리가 ASML 장비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ASML에 따르면 EUV 기술의 약 80%는 수십 년간 축적된 기존 지식에서 비롯됐고, 나머지 핵심 난제인 EUV 광원 생성을 해결하는 데만 20년이 걸렸다. 실질적인 대안 공급자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증거가 공개되지 않은 채 의혹만 제기되는 상황은 당사자들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으며, 향후 미국과 네덜란드·유럽연합 간 반도체 수출통제 공조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