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반도체 메모리 시장의 공급 사슬을 세대별로 뒤흔들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생산에 자원이 집중되면서 소비자용 D램 공급 부족이 DDR4를 넘어 DDR3, DDR2 등 구형 규격까지 번지고 있다고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22일 밝혔다. DDR4를 확보하지 못한 수요가 하위 세대로 밀려 내려가는 연쇄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DR2 계약 가격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약 55~60%의 추가 상승이 예상되며, 3분기에도 35~40%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D램 업체들이 첨단 공정 전환을 가속하면서 성숙 공정 기반의 DDR4 웨이퍼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공급 공백을 채울 것으로 기대됐던 대만 업체 난야와 윈본드 역시 수익성이 낮은 DDR2 생산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 능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윈본드가 DDR2 생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가운데 ESMT는 기존 확보 웨이퍼 물량 내에서 DDR2 생산을 최대화해 공급 공백을 일부 메운다는 방침이다.
공급 부족은 완제품 제조사의 설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OEM과 ODM 업체는 시스템 원가를 낮추기 위해 DDR4 기반 설계를 DDR3로, DDR3 기반 제품을 DDR2로 변경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 규격을 한 단계씩 낮추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역 단계에 있던 DDR2에 대한 신규 수요가 다시 발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HBM과 서버 D램 생산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기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성숙 공정 D램의 공급 여력 제한과 구형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용 D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