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율리히연구소(Forschungszentrum Jülich)에 설치된 유럽 최초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JUPITER가 함부르크에서 열린 국제 슈퍼컴퓨팅 콘퍼런스(ISC)에서 운영 첫해의 주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JUPITER는 엔비디아 GH200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 슈퍼칩과 엔비디아 Quantum-X800 InfiniBand 네트워킹으로 구성되며, 뇌과학·기후과학·통신·양자컴퓨팅 등 네 개 분야에서 이전 세대 하드웨어로는 불가능했던 연구를 실현했다.
뇌과학 분야에서는 율리히 신경과학연구소(INM-1)가 CytoNet이라는 뇌 미세 구조 분석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21개 사후 뇌 표본에서 수집한 6.5페타바이트의 데이터를 4,096개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으로 5일 이내에 학습시킨 것으로, 860억 개의 신경세포와 약 100조 개의 연결을 세포 단위에서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후 분야에서는 ETH 취리히 등 복수 기관이 참여한 ICON 모델이 1킬로미터 해상도로 대기·해양·육지·탄소 순환을 통합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해 SC25에서 기후 모델링 부문 고든 벨 상을 수상했다. JUPITER는 2만480개의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활용해 24시간 컴퓨팅으로 실제 기후 146일을 시뮬레이션하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

통신 분야에서는 에릭슨과 율리히연구소가 JUPITER를 컴퓨팅 엔진으로 삼아 5G 이후 및 6G 네트워크를 위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협력을 올해 3월 발표했다. 에너지 효율적인 신경모방형(neuromorphic) 추론 기술과 대규모 AI 모델 훈련이 협력의 핵심이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율리히 슈퍼컴퓨팅 센터 연구팀이 기존 세계 기록인 48큐비트를 넘어 범용 50큐비트 양자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JUPITER의 CPU와 GPU 메모리가 긴밀하게 결합된 GH200 아키텍처가 GPU 메모리를 초과하는 양자 상태를 CPU 메모리로 자연스럽게 넘겨받아 처리한 덕분이다. 이 시뮬레이터 JUQCS-50은 미래 양자 하드웨어용 알고리즘 설계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예정이다.
율리히 슈퍼컴퓨팅 센터 소장 토마스 리페르트는 “JUPITER와 함께 유럽은 단순히 엑사스케일 시대에 합류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시스템보다 넓은 과학과 AI 영역에서 이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뇌 지도에서 기후 시뮬레이션, 무선 인프라, 양자컴퓨팅에 이르는 JUPITER의 연구 범위는 엑사스케일 컴퓨팅이 개념 실증 단계를 넘어 실제 과학 생산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