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이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에 필수적인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의 생산 수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사다리꼴 결함(TZD·Trapezoidal Defect)’의 내부 구조와 발생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6월 21일 밝혔다. 나문경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박사팀이 홍순구 충남대 교수팀, 호리바에스텍코리아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금속·무기재료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악타 머티리얼리아(Acta Materialia)에 게재됐으며, 통상 4개월 이상 걸리는 심사 과정을 2개월 만에 통과했다.
SiC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소재보다 높은 전압과 고온 환경을 견딜 수 있어 전기차·재생에너지·AI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제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결정 구조 결함이 수율을 크게 낮추는 요인이었다. 특히 길이가 약 1mm에 달하는 사다리꼴 결함은 전류 흐름을 방해하고 칩을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킬러 결함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정확한 구조와 생성 과정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다리꼴 결함 내부에 나타나는 특이한 줄무늬 구조에 집중했다. 광발광 매핑, 스펙트럼 분석, 원자 단위 해석,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 등 8가지 분석 기법을 융합했고,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의 고분해능 주사투과전자현미경(HR-STEM),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누리온 슈퍼컴퓨터, 포항방사광가속기 등 국가 첨단 연구 인프라를 총동원해 1년 넘게 분석을 이어갔다. 그 결과 사다리꼴 결함 내부에 최대 32개 층에 달하는 복합 결함 구조가 존재하며,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에피층을 따라 계속 전파되고 스스로 형태를 바꾸며 확장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나문경 KERI 박사는 “전력반도체 성능을 저하시켜 온 거대 사다리꼴 결함의 복잡한 내부 구조와 진화 과정을 원자 단위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고품질 SiC 전력반도체 양산을 위한 기술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SiC 웨이퍼 제조 과정에서 결함을 제어하고 무결점 웨이퍼 양산 기술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인프라와 전기차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는 상황에서 SiC 반도체의 수율 향상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도 직결되는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