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9일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앤트로픽(Anthropic)과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더 이상 국가안보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일주일 전이라면 그렇게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아, 앞선 조치가 완전한 해소가 아님을 시사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6월 12일 국가안보 권한을 근거로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클로드 페이블 5(Claude Fable 5)와 클로드 미토스 5(Claude Mythos 5)에 대해 미국 밖 이용자, 미국 내 외국 국적자, 외국 국적 직원의 접근을 중단하라는 수출통제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앤트로픽은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두 모델을 전체 고객 대상으로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남긴 핵심 교훈은 AI 모델 접근권이 단순한 상업 계약을 넘어 안보·외교 질서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AI 통제선은 그동안 첨단 GPU·반도체 장비·클라우드 인프라에 집중됐으나, 이번 조치는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형태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모델 자체로 범위가 확장됐음을 보여줬다. 같은 시기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 AI 기업의 첨단 모델을 일부 ‘신뢰 파트너’에게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오픈AI(OpenAI)·앤트로픽·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미스트랄 AI(Mistral AI) 등 주요 기업 경영진이 참석해 AI 거버넌스 설계에 관여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앤트로픽은 일부 Project Glasswing(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기관에 한해 미토스 프리뷰(Mythos Preview) 접근을 유지했다고 알려졌으며, 이는 접근권이 국가 단위를 넘어 계약 유형·보안 목적·기관 성격에 따라 다층적으로 관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상황도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앤트로픽은 6월 17일 서울 사무소를 개설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AI 안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력 범위에는 공공 부문 AI 도입, 한국어 모델 안전성 평가, AI 기반 사이버 위협 정보 교환 등이 포함됐으며, 네이버·넥슨·LG CNS·한화솔루션·삼성SDS 등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공개됐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 AI 생태계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사실이 최상위 모델 접근권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동맹국이라도 사이버보안 수준·데이터 거버넌스·기술 유출 방지 체계·모델 오용 탐지 역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언제든 접근 제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소버린 AI(sovereign AI·국가와 산업이 AI 역량을 자율적으로 확보하는 전략) 기반 구축이다. 국내 LLM(대규모 언어 모델), 산업 특화 모델, 국산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함께 육성해 핵심 서비스가 특정 해외 모델의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둘째는 미국 프런티어 AI 생태계 안에서 ‘검증 가능한 신뢰’를 입증하는 일이다. 민감 데이터 처리 방식, 데이터 거주성(data residency), 보안 사고 대응 체계, 모델 오용 탐지 시스템이 모두 실제 운영 역량으로 확인돼야 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디지털 서비스 경험 등 한국의 강점이 협상 기반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접근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AI 주권과 신뢰 파트너 지위는 선택지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해야 할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