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전설비 용량이 최근 수년간 22% 증가한 반면 송전망 확충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생산 능력의 빠른 성장과 달리 전력을 소비지까지 전달하는 송전망 인프라는 제자리 수준에 머무르면서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전 용량은 늘었지만 실제 전력을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선로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한국 전력 시스템의 취약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 격차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하는 데이터센터는 기존 시설 대비 수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한다. 수도권과 일부 핵심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될 경우, 해당 지역에 전력 공급을 늘리기 위한 송전망 증설이 필수적이지만 현행 속도로는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력망 병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공통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인프라 격차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밀집한 지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전남의 경우 발전 출력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 횟수가 2023년 2회에서 2025년 82회로 2년 만에 40배 급증했다. 생산된 전기를 실어 나를 선로가 부족해 발전을 일부러 멈추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발전전력량 자체도 9.9% 늘어 발전 능력과 송전 역량의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력망 확충은 발전소 건설보다 긴 시간이 요구된다. 송전선로 건설은 부지 확보와 지역 주민 동의 등 절차상 어려움으로 인해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송전망 확충 속도가 늦어지면 전기가 필요한 곳에 제때 공급하지 못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을 적극 활용해 사업 추진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한국전력의 중장기 송전망 투자 계획이 AI 시대 전력 수요에 부합하는지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