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반도체 정책 전문가 그레고리 앨런 디시전 트리 리서치 대표가 1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 AI 정책 컨퍼런스(SAIPCON) 2026’에서 한국의 AI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앨런 대표는 “한국은 AI를 모두 직접 만들려고 하기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와드와니 AI센터 초대 소장과 미 국방부 합동AI센터 전략정책국장을 역임하며 미국 정부의 AI·반도체 정책을 설계한 핵심 인물로, 중국 대상 반도체 수출 규제 실행에도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앨런 대표는 한국이 추구해야 할 전략으로 ‘보장된 접근권’과 ‘전략적 필수성’ 두 가지를 제시했다. ‘AI 주권’이라는 개념이 모든 것을 국내에서 자체 해결하는 자급자족을 의미한다면 한국의 인구·GDP 규모상 규모의 경제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핵심 기술과 자원이 갑자기 차단되지 않도록 안정적 접근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핵심 사례로 들며 “한국은 이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국제 협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강력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앨런 대표는 미국의 대중국 AI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22년 미국 정부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국제 기술 질서를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면서, AI와 반도체가 이제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챗GPT 등장 이전부터 AI가 군사력과 경제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AI 발전 속도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과거 컴퓨팅 성능이 2년마다 두 배씩 향상되던 것과 달리, 현재 AI는 10배, 100배, 1000배 단위로 발전하고 있어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와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처럼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한 위치를 확장해 나갈 경우, AI 시대에도 강력한 협상력과 안보 레버리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앨런 대표의 핵심 주장이다. 미국이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접근이 제한된다면 미국 경제 자체에도 큰 충격이 온다는 점이 그 근거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의 AI 주권 전략을 두고 자급자족 노선과 공급망 내 필수국 전략 사이의 선택을 공론화하는 자리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