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핀테크 기업 로빈후드(Robinhood)가 전체 정규직의 10%에 해당하는 약 29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최고경영자(CEO) 블라드 테네프(Vlad Tenev)가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서한에서 감원 이유로 AI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아마존, 블록, 코인베이스, 깃랩, 인튜이트 등 수많은 테크 기업이 AI 도입에 따른 조직 재편을 감원 명분으로 내세운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테네프는 직원 서한에서 “과도하게 계층화된 조직 구조로는 안 된다”며 “모든 구성원이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린하고 집중력 있는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의 규제 당국 제출 서류 역시 감원을 ‘AI 재편’이 아닌 ‘구조조정(restructuring)’으로 규정했다. 다만 테네프는 ‘프론티어 기술을 활용해 실행 역량을 더욱 높이겠다’고 언급해, AI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의식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크 업계 전반에서는 AI를 이유로 한 감원 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 안팎의 시선이 싸늘해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AI 관련 인프라 투자 규모와 임원 보수가 급등하는 반면 현장 직원 수는 줄어드는 현상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AI를 감원의 표면적 이유로 활용하는 관행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 중이다. 이번 로빈후드의 공식 발표가 이 같은 트렌드에 대한 의식적 회피로 해석되는 이유다. 로빈후드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 매출 증가를 기록했고, 2분기 역시 예측 시장 수수료 증가와 주식·옵션 거래량 확대로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감원 외에 일부 공개 채용 포지션도 함께 닫을 예정이며, 감원에 따른 관련 비용은 약 2800만 달러로 추산된다. 감원 영향을 받는 부서는 서비스 및 고객 팀으로, 영업·마케팅 인력이 포함된다. 이번 감원은 로빈후드가 비용을 줄이면서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히지만, AI 활용 확대에 따른 인력 축소라는 업계 공통의 압력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평가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