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물리 세계에서 동작하는 AI) 시대가 열리면서 GPU(그래픽처리장치) 다음의 경쟁 무대로 센서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2585억 달러(약 375조 원) 규모인 글로벌 센서 시장은 2034년 5279억 달러(약 766조 원)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고도화할수록 물리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센서의 종류와 수요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피지컬 AI에서 센서는 인간의 눈·코·입에 해당하는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차에는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이미지 센서가 기본 사양으로 탑재되고, 휴머노이드 로봇 손과 얼굴에는 촉각·힘·토크 센서 수십 개가 장착된다. 단일 센서를 넘어 여러 종류를 하나의 모듈에 결합한 ‘패키지 구조’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 심(Isaac Sim)’은 센서로 수집한 현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데이터를 반복 생성해 AI 학습에 활용하며, 센서를 AI 학습 데이터의 출발점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현재 센서 공급망은 미국·유럽의 소수 기업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멤스(MEMS) 센서와 관성측정장치(IMU)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아나로그디바이스는 전류·자기 센서 분야의 절대 강자다. 네덜란드 NXP도 차량용 반도체 기술을 피지컬 AI에 접목하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공급망도 이들 소수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2024년 ‘미래산업 혁신 발전 실시의견’을 통해 스마트 제어·센싱을 6대 미래 산업에 포함했으며, 일본도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에서 반도체와 센서를 함께 육성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은 ‘AI 3강’ 목표를 내세우며 피지컬 AI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지만, 국내 센서 생태계는 여전히 영세하다. 한국센서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 가입 118개 센서 기업 중 81.4%가 직원 100명 미만 소기업이다. 협회장은 “센서는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여서 선두가 정해지면 격차가 빠르게 벌어진다”고 경고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방위산업 등 제조 기반이 갖춰진 환경을 활용해 센서 생태계를 빠르게 키울 수 있을지가 한국의 피지컬 AI 경쟁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