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창작자 권리 침해와 고용 불안을 둘러싼 윤리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서 AI 콘텐츠 활용을 고지한 출시 게임 수는 2024년 약 2185개에서 2025년 4710개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도 6월 초 기준 3200개를 이미 넘어서며 증가세가 가속되고 있다. 스팀은 2024년부터 AI 활용 콘텐츠 의무 고지 제도를 운영하면서 이용자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AI 산출물을 상점 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용자 반감을 촉발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다수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된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는 제작 과정에서 생성형 AI 아트가 사용된 것이 알려지면서 인디게임어워드 수상이 취소됐다. 넥슨 자회사 엠바크스튜디오의 ‘아크 레이더스’도 텍스트 음성 변환(TTS) 기술을 음성 제작에 활용한 사실이 드러나 성우 노동 대체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이후 일부 대사를 실제 성우 녹음으로 교체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도 출시 후 일부 에셋에 생성형 AI가 쓰였다는 의혹을 받고 관련 리소스를 전면 교체한 바 있다. 이 사례들은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제작 과정의 AI 활용 기준과 투명성이 평가 지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활용 논쟁은 이용자 불만을 넘어 개발자 노동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올해 4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IT위원회가 넥슨·넷마블·NHN 등 국내 8개 게임사 직원 10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7.3%가 AI 도입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5.9%는 기획·아트·프로그래밍 실무 직군이었다. AI가 업무 보조를 넘어 직무 축소나 인력 재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게임 정책 연구자들은 AI 활용의 법적·윤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기업의 논리일 수 있지만, AI를 이유로 인간 창작자가 배제되는 구조는 게임에 필수적인 철학적 사고와 감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활용 기준, 창작 성과물의 권리 귀속, 인력 재배치 방안 등을 제도적으로 정비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와 학계에서 함께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