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스타트업 피크에너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GM은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어 AI 데이터센터 전력 급증에 대응하는 그리드용 대형 배터리 공동 개발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EV) 수요 부진으로 배터리 사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AI 투자 붐이 만들어낸 전력 수요를 새로운 활로로 삼는다는 포석이다.
양사가 겨냥하는 사업 모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력 소비가 적은 심야 시간대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고수요 시간대에 전력망에 공급하는 그리드용 대형 배터리 공동 개발이다. 다른 하나는 GM EV 고객이 가정에서 차량을 충전할 때 일부 전력을 전력망에 역판매(V2G)해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생기는 전기 공급 부족을 완화하는 시스템 확대다. GM의 스털링 앤더슨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오늘날 혁신의 병목 구간은 에너지”라며 “ESS 배터리 개발과 EV의 전력망 지원 수단 활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전략에서 GM과 피크에너지는 리튬인산철(LFP) 대신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집중한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LFP보다 낮은 대신 저·고온 안정성이 높고 화재 위험이 적어 전력망 대응에 유리하다. 핵심 원료인 나트륨염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가격이 낮아 LFP 소재의 중국 의존도 문제를 우회할 수 있다. GM 배터리 사업 총괄 커트 켈티 부사장은 “경쟁사들이 중국 기술로 같은 LFP 배터리를 만드는 동안 우리는 이들을 한꺼번에 뛰어넘을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GM과 피크에너지는 북미 공급망을 활용해 2028년부터 첨단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본격 양산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GM의 이번 행보는 경쟁사 포드가 중국 CATL과 기술 제휴해 ESS 사업에 20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입한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다. 포드의 ESS 참여 발표 뒤 포드 주가는 한 달간 44% 급등했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NEF는 미국 내 그리드용 배터리 수요가 2030년께 현재의 두 배인 100기가와트시(GWh)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GM은 앞서 3월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소유한 테네시주 EV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 제조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발표는 전략적 연속성을 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