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메일 작성, 데이터 분석, 코드 생성 등 다양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기업 현장에서 ‘속도’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거나 AI의 속도를 자신의 역량으로 착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 대표는 “속도를 깊이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AI 활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했다.
MIT 연구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에세이를 작성한 그룹은 반복될수록 글쓰기 전 과정을 AI에 위임하기 시작했으며, AI 없이 다시 쓰게 하자 자신이 썼던 내용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반면 AI를 ‘생각의 출발점’으로 활용한 그룹은 오히려 인지 능력이 향상됐다. 영국 투자운용사 베일리 기포드의 투자 매니저 톰 슬레이터는 AI가 스스로 조사하고 분석하려는 ‘생산적 분투(productive struggle)’를 제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기업 Box의 CEO 아론 레비는 AI 에이전트가 업무의 80~90%를 처리할 수 있어도 진짜 가치는 ‘마지막 1마일(last mile)’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AI가 만든 코드의 오류를 찾아내거나 고객 상황에 맞는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전체 맥락을 깊이 이해하는 인간이 해야 한다는 논리다.
AI는 평균적인 결과물의 하한선을 높여주지만 상한선은 도메인을 깊이 이해하는 인간이 결정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사람들이 과업(task)과 목적(purpose)을 혼동한다”고 지적했듯,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목적은 코드 작성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고 의사의 목적은 영상 판독이 아니라 질병 진단이다. 일을 목적 중심으로 정의하면 AI는 위협이 아닌 역량 증폭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래의 경쟁력은 AI를 보유했느냐보다 독립적 사고 능력을 유지한 채 AI를 활용해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만들어내는 조직과 개인에게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