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pple)이 2026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인공지능(AI) 기능을 발표하는 방식을 대폭 바꿨다. 이번 행사에서는 매끄럽게 편집된 홍보 영상 대신, 실제 기기를 손에 들고 음성 명령과 버튼 입력을 통해 AI가 반응하는 장면을 복수의 카메라로 촬영한 ‘실사 영상’ 방식으로 주요 기능을 시연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24년 발표 당시 제대로 출시되지 못한 기능을 홍보 영상으로 내세웠다가 집단 소송과 2억5000만 달러(약 3300억 원) 합의로 이어진 전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2024년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와 새로운 시리(Siri)를 공개하며 iPhone 15 Pro 이상 기기에서 곧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5년 3월 애플은 약속한 기능 출시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고 인정했고, 이후 연방법원에 허위 광고 소송이 제기됐다. 애플은 지난달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2억5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이번 WWDC 발표 방식이 온라인에서 2024년 ‘베이퍼웨어(vaporware)’ 사태와 비교되며 주목을 받은 이유도 이 맥락 때문이다.

이번 행사의 핵심 발표는 2년 만에 전면 개편된 AI 음성 비서 시리였다. 새 시리는 iOS 27을 통해 iPhone 15 Pro·Pro Max 및 iPhone 16 이후 모든 모델에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최신 모델이 iPhone 17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2년 내 기기를 구입한 사용자는 별도 하드웨어 교체 없이 신기능을 쓸 수 있다. 애플은 또 아이패드 미니(A17 Pro), M1 이상 아이패드, 맥북 네오(A18 Pro), M1 이상 맥, 애플 비전 프로, 애플 워치 시리즈 10 이상 등 폭넓은 기기 라인업으로 기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시연도 전량 사전 촬영 방식이었으며,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진행된 라이브 데모는 아니었다. 일부 기능은 여전히 홍보 영상 형식으로 소개됐다. 그럼에도 ‘실제 기기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전환한 것은, 과거처럼 완성되지 않은 기능을 약속으로 내걸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애플이 새 AI 기능을 최신 기기 구매와 연계하지 않고 기존 기기에도 무상 제공하기로 한 결정 역시 이전 약속 불이행에 따른 사용자 신뢰 훼손을 만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