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이라는 말은 음모 스릴러처럼 들리지만, 흔히는 사람을 속여 개인정보를 빼내는 피싱 사기와 연결돼 쓰인다. 그러나 한 시스템 공학자는 이 개념이 더 오래되고 본래는 더 온건한 것이라며, 그 이름을 되찾아 신중히 규율하자고 제언했다. 사회공학은 본래 ‘인간 행동을 의도적으로, 대개 대규모로 형성하는 일’을 뜻한다.
역사를 보면 1894년 네덜란드 기업가 자크 판 마르컨이 보험·교육·이익 공유 같은 인간 시스템을 기계만큼 정교하게 다룰 ‘사회공학자’를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15년 뒤 개혁가 윌리엄 톨먼은 ‘사회공학’이라는 책에서 미국 산업가들이 제조 방식과 함께 노동 조건을 최적화한 과정을 기술했다.
철과 전기를 마음대로 빚을 수 있다면 사회 자체는 왜 안 되겠느냐는 자신감은 1920년대에 널리 퍼졌다. 그러나 이 힘은 권위주의 정권, 그리고 최근에는 사기꾼과 대기업이 이득을 취하는 도구로도 쓰였다. 특히 그 실행자들이 자신을 숨기는 법을 익히면서 사회공학은 만연하면서도 규율받지 않는 영역이 됐다.

저자는 사회공학이 본래 인간 시스템을 더 낫게 설계하려는 시도였으나, 그 의도가 가려진 채 조작 기술로만 인식돼 왔다고 본다. 개념을 음지에 두기보다 그 이름을 되찾아 무엇이 정당한 행동 설계이고 무엇이 기만인지 공개적으로 가려야, 악용을 막고 선한 쓰임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추천·맞춤화로 사람의 행동을 대규모로 형성하는 시대에, 사회공학을 어떻게 규율하느냐는 절박한 문제가 됐다. 악용을 막고 선한 쓰임을 살리려면 그 이름을 되찾아 투명하게 다뤄야 한다는 제언이다. 알고리즘이 일상 결정을 좌우하는 한국에서도, 행동 설계의 투명성과 거버넌스는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