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권석범 교수 연구팀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한 연구 규제 강화가 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반면 실질적인 안보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실증 분석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약 60만 건의 연구 논문 데이터를 분석해 이중용도연구(DURC: Dual-Use Research of Concern)의 특성과 규제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이중용도연구란 백신 개발이나 바이오 연구처럼 순기능과 생물무기 악용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연구를 뜻한다.
분석 결과 이중용도연구는 일반 연구보다 학문적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미국 정부의 연구 관여도 변화다. 미국 정부가 관여하는 연구 비중은 1981년 41%에서 2005년 22%로 크게 줄어든 반면, 해외 기관의 참여 비중은 같은 기간 35%에서 54%로 늘었다. 이는 한 국가가 자국 연구에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동일한 분야의 해외 연구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을 통계로 뒷받침한다.

권 교수는 “한 국가의 규제 강화는 자국 연구만 제약하며, 같은 분야 해외 연구는 막을 수 없다”며 “국제 공조와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2026년 6월 5일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AI 기술이 생물학 분야 연구를 급격히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연구 규제와 혁신 장려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한 정책 논쟁이 한국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신약 개발 등 이중용도 성격을 갖는 연구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 분석의 정책적 시사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규제 강화가 안보보다 자국 과학 경쟁력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한국처럼 반도체·바이오·AI 등 이중용도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나라에서는 과잉 규제가 연구 생태계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연구팀은 국제 공조를 통한 표준 수립과 함께, 규제와 혁신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있는 과학기술 정책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