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학습에 쓰일 1인칭 시점 영상을 사고파는 긱 노동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머리나 가슴에 카메라를 달고 설거지·빨래 개기·물 따르기 같은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찍어 올리면, 그 영상이 로봇의 정밀 운동 능력 학습에 쓰인다. 업계에서 ‘에고센트릭(자기중심) 데이터’로 불리는 이 영상은, 인터넷에 영상이 넘쳐나는데도 손이 물을 흘리지 않고 잔에 따르는 근접 장면처럼 매우 구체적인 클립이 모델 미세조정에 결정적이기 때문에 수요가 높다. 일부 투자자는 선도 기업들이 앞으로 몇 년간 외부 공급자로부터 수억 시간 분량을 사들일 것으로 추산한다.
데이터 수집 마켓플레이스 클레드(Kled)의 22세 창업자 아비 파텔(Avi Patel)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설거지하는 자기 모습을 녹화하길 바란다. 그러면 다시는 설거지할 필요 없는 로봇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작업은 자영업자 월평균 소득이 약 125달러인 인도 같은 나라에서 이미 확산 중이고, 비슷한 보수를 제시하며 미국으로도 번지고 있다. 도어대시(DoorDash)가 올해 별도 ‘태스크(Tasks)’ 앱을 내놓은 것이 한 예다. 클레드는 30만 명이 넘는 사용자로부터 영상을 모으는데, 사기 영상 걸러내기가 지난 1년 최대 과제였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영상이나 검은 화면을 올리는 일이 잦아, 나이지리아에서는 업로드의 약 95%가 쓸모없는 중복이나 사기라 철수했다고 파텔은 밝혔다.

문제는 노동자가 손에 쥐는 돈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한 기자는 직접 체험을 위해 한 주간 클레드·루엘(Luel)·와플비디오(Waffle Video) 세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모았다. 루엘은 1인칭 영상 1시간에 6.60달러를 줬는데, 이는 미국 연방 최저시급 7.25달러보다 낮다. 와플비디오는 영상 1시간에 25달러로 가장 후했고, 1080p 이상·손이 95% 이상 보일 것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했다. 기자는 클레드에서 9개 영상과 휴가 사진 97장을 올린 대가로 1달러를, 한 주 전체로는 21.55달러를 벌었다. 영상은 와플의 ‘메이플(MAPLE)’ 같은 처리 엔진을 거쳐 저작권 검사와 라벨링을 마친 뒤 학습용으로 판매된다.
이 시장의 그늘은 분명하다. 루엘 창업자 윌리엄 남걀(William Namgyal)은 자신이 로봇 훈련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실업률이 이미 높은 수준보다 더 크게 치솟을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클레드 상위 수익자는 대시캠 영상과 도로 파임 사진으로 월 8000달러를 버는 트럭 운전사지만, 이는 명백한 예외다. 데이터 갈증은 거의 끝이 없어 보이는 반면, 대다수에게 이 일은 노동자 보호와 안정성이 부족한 긱 노동에 머문다. 파텔은 미국에서 의미 있는 수입을 올리려면 초밥 요리사의 연어 손질처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오늘 밤 로봇에게 요리를 가르쳐 내일 식탁을 차리는 식의 노동이, 경제적 압박 속에서 생계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