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르고 있다. 태양광·배터리 기업 솔브에너지(Solv Energy)가 2월 60억 달러 규모로 상장했고,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짓는 X-에너지(X-energy)가 4월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며 시가총액 115억 달러를 찍었다. 가장 최근인 5월 중순에는 지열 기업 퍼보에너지(Fervo Energy)가 상장해 시총이 약 124억 달러에 이르렀다. 전력 수요가 치솟는 시대에 전기를 공급하려는 기업들이 동시에 상장에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퍼보에너지는 강화 지열 발전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기존 지열이 뜨거운 암반·물·균열이 갖춰진 특정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것과 달리 셰일 시추(프래킹) 기법으로 필요한 조건을 만든다. 2017년 설립돼 상장 전까지 약 15억 달러를 유치했다. 첫 상업 프로젝트인 유타주 케이프스테이션은 약 500메가와트 규모로, 첫 유닛이 10월부터 전력을 공급하고 다음 두 유닛은 2027년 1월 가동을 목표로 한다. 회사는 600메가와트가 넘는 확정 전력구매계약을 확보했고, 총 40기가와트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부지를 임차했다.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지열 발전 용량이 4기가와트에 불과했던 점과 대비된다.

X-에너지는 헬륨을 핵연료 자갈 위로 흘려보내는 고온 가스 냉각 원자로를 짓는다. 원자로 한 기당 80메가와트를 생산하는데, 미국에서 가장 최근 가동된 조지아주 보글 발전소 4호기 같은 대형 원자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회사는 2023년 상장을 계획했다가 시장 여건 때문에 미뤘던 전력이 있다. 솔브에너지는 주로 전력회사와 독립 발전사업자를 위한 태양광·에너지저장 프로젝트를 짓는데, 이미 35개 주에서 21기가와트 규모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솔브에너지는 IPO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서류에서 데이터센터를 열두 번 넘게 언급했다.
이 물결의 동력은 AI 붐이다. 지난 10년간 비교적 정체됐던 미국 전력 수요가 데이터센터 건설·운영의 급증으로 다시 치솟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퍼보에너지에 투자해 왔고, 아마존은 X-에너지의 고객이자 투자자로 지분 약 20%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열과 원자력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 지원을 줄인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도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유지하는 정치적 우호 지대에 있다. 몇몇 대형 기업이 IPO로 성과를 내면 투자자 신뢰가 에너지 부문 전반으로 번질 수 있어, 원자력·지열을 중심으로 비슷한 상장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퍼보나 X-에너지가 기술 확장과 일정에서 한 번이라도 흔들리면 뒤따르려는 기업들에 파장이 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