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연산 능력만큼이나 전력 공급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공학 전문지 IEEE 스펙트럼은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이 재생에너지, 배터리 저장, 그리드 현대화 기술을 통합적으로 갖춘 에너지 생태계를 기반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는 글로벌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에서는 데이터센터가 2035년까지 전체 전력 소비의 최대 1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발전과 송전, 시스템 안정성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멜버른대학교 공과대학·정보기술대학 학장인 타스 니르말라타스 교수는 “AI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 확장하면서 과제는 더 이상 단순한 연산 능력 문제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시스템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IEEE 전력에너지협회(PES) 역시 AI와 디지털 인프라가 요구하는 에너지 수요 충족을 향후 10년간 엔지니어들이 마주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에 맞춰 발전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저장 장치와 수요 반응,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탈탄소화와 장기적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엔지니어링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멜버른대학교는 멜버른 에너지 연구소를 통해 발전·송전망부터 최종 소비까지 에너지 기술이 시스템 전반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하고 있으며, 전기전자공학과 산하 ‘스마트그리드 랩’에서는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등 분산 자원이 미래 전력망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전력전자 담당 선임강사 글렌 파리바르는 “AI 기반 수요는 연산 요구량뿐 아니라 기저 에너지 시스템에도 새로운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에너지와 디지털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멜버른대학교는 존스홉킨스대,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공동으로 기후변화·청정에너지 분야의 7개 글로벌 센터 중 하나인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전력혁신센터(EPICS)’를 이끌고 있으며, 이 센터의 호주 측 기술 리더도 맡고 있다.
멜버른은 2027년 IEEE PES 아시아 발전·송배전(GTD) 콘퍼런스 개최지로도 선정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를 이끄는 피에르루이지 만카렐라 교수는 “저렴하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그야말로 거대한 도전”이라며 전력망이 AI와 디지털화를 포함한 다른 분야와의 상호작용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IEEE 스펙트럼은 이러한 사례가 AI발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려는 다른 국가와 도시들에 참고할 만한 통합적 접근 모델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