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론 칩 스타트업 엣치드(Etched)가 기업가치 50억 달러(약 7조 원)와 1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계약 수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2022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올해 초 TSMC가 자사 칩 양산에 성공한 뒤 고객사와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엣치드가 공급하는 것은 칩 단품이 아닌 칩과 커스텀 랙, 소프트웨어를 묶은 ‘프런티어 인퍼런스 클러스터’ 형태의 시스템 전체로, 기존 대비 빠르고 비용 효율적이며 전력 소비도 낮다는 점을 내세운다.
엣치드는 2025년 12월 마감한 5억 달러 규모 투자 라운드를 통해 기업가치 50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이를 포함한 누적 조달액은 8억 달러에 이른다. 스트라이프스(Stripes)가 이 라운드를 주도했고, 벤처테크 얼라이언스,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허드슨 리버 트레이딩(Hudson River Trading), 투 시그마(Two Sigma), 리빗 캐피털(Ribbit Capital) 등이 참여했다. 앤드레이 카르파시(Andrej Karpathy),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페이페이 리(Fei-Fei Li) 등 AI 분야 저명 인사들의 엔젤 투자도 유치했으며, 억만장자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와 피터 틸(Peter Thiel)도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엣치드의 공동 창업자 개빈 우베르티(Gavin Uberti) CEO와 로버트 와첸(Robert Wachen) 사장은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틸 펠로십을 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초창기인 2023년에는 AI가 결국 범용 GPU가 아닌 특화 칩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논거를 담은 30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들고 투자자를 찾아다녔으나 모두 거절당했고, 회사가 현금 고갈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당시와 달리 현재 AI 칩 투자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경쟁사 세레브라스(Cerebras)는 올해 IPO에서 주목을 받았고, AI 칩 메이커 그록(Groq)은 6억 5천만 달러를 조달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오픈AI도 브로드컴(Broadcom)과 협력해 첫 커스텀 칩을 발표한 상황이다.
AI 추론은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제출한 뒤 모델이 응답을 생성하는 과정으로, 현재 AI 기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가장 큰 병목이자 비용 요인으로 꼽힌다. 엣치드는 이 추론 단계에 특화된 칩과 시스템을 공급해 속도와 비용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자자들이 추론 가속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으며, 엣치드의 이번 공개는 단순한 자금 조달 발표를 넘어 NVIDIA 중심의 AI 인프라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본격 등장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