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촉발된 반도체 가격 폭등 현상을 두고 “이것은 100년 만의 홍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40년 넘게 IT 공급망에 몸담아온 자신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려 했지만 상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아이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수요가 전자제품 가격 전반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현상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전망치는 가파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투자회사 알레시아 캐피털은 올해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 전망치를 기존 10~15% 상승에서 30% 상승으로 높였으며, 4분기에도 추가로 10~15%의 인상이 예상된다. AI 서버·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고성능 반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아이폰17 프로 기준 D램(12GB) 원가는 39달러, 낸드(256GB)는 13달러 수준이지만, 차기 아이폰18 프로에서는 각각 145달러, 51달러로 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부품·제조 원가도 582달러에서 726달러로 25% 오를 전망이며, 애플이 기존 수익성을 유지할 경우 아이폰18 프로 판매가는 현재보다 최대 18%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번 메모리 공급 부족이 단기 현상이 아니라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하고 있다. 쿡의 발언과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동반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16만4000원(6.51%) 오른 268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삼성전자도 1만6000원(4.62%) 상승한 37만2500원으로 마감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신호로 뉴욕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38% 상승해, AI 수요 기반의 메모리 반도체 강세가 거시 환경과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나증권 김록호 연구원은 서버·PC용 D램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모바일용 저전력 D램(LPDDR) 가격 상승폭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HBM4 비중 확대에 따른 ASP 상승 효과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고착화하고, 그 비용이 소비자 기기 가격에 반영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