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생성형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토큰 사용량 급증이 새로운 재무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기업 8×8은 약 1,800명의 전 직원에게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사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지난 18개월간 기존 소프트웨어 구독을 해지해 연간 약 500만 달러(약 70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현재 클로드 이용료는 이 절감액을 밑돌아 재무팀이 만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신 Claude Opus 4.8 모델은 앞선 모델보다 약 1.7배 비싸, 향후 비용 상승 여부를 두고 최고운영책임자와 최고재무책임자가 처음으로 사용 한도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비슷한 고민이 전 산업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왕립은행 CEO는 지난 6개월 새 토큰 사용량이 500% 급증했다고 공개했으며, 시스코 CEO는 직원의 3분의 1이 내부 AI 챗봇을 매일 사용하면서 토큰 사용량이 “꽤 미쳐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Amplitude의 CEO는 일부 최고 개발자가 월 수천 달러 이상을 토큰에 쓰고 있다고 밝혔고, Box의 CEO는 토큰 예산 논쟁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격렬한 주제”가 됐다고 전했다. WIRED가 데이터 제공업체 AlphaStreet의 실적 발표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올해 4~5월 두 달 사이 ‘토큰’을 언급한 기업은 약 300곳으로 전년 동기 93곳에서 세 배 이상 늘었다.
일부 기업은 비용 통제보다 사용 확대를 택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 Baseball Lifestyle 101은 약 50명의 주요 임원에게 월급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AI 토큰에 쓰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연말에는 월 10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클로드를 활용해 소매업체의 재고 부족을 파악해 100만 달러짜리 주문을 따냈다. 8×8은 내부 대시보드를 통해 직원별·팀별 클로드 사용량을 공개적으로 공유하며 “처벌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기 위한 수단”임을 강조한다. 운영 책임자는 클로드에게 직접 자동화 로직의 비용 절감 방법을 물어 토큰 사용량을 80% 줄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이른바 ‘토크노믹스(tokenomics)’라고 부르는 이 문제는 AI 도입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모델 가격이 빈번히 바뀌고 더 강력하지만 더 비싼 새 모델이 매달 출시되는 환경에서, 조직 전체의 AI 활용 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생산성 격차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AI 도구 도입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사용량 모니터링과 비용 거버넌스 체계를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