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미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 최신 모델 Fable 5와 Mythos 5에 대한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차단하면서 인도 기술 업계에서 AI 주권 논쟁이 거세게 불붙었다. 해당 조치는 앤트로픽이 인도 IT 서비스 대기업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CS)와 기업 AI 도입 확대를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한 직후에 이뤄져 충격을 더했다. 앤트로픽은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 같은 제한을 다른 AI 기업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인도는 앤트로픽과 OpenAI 모두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꼽혀왔다. 이번 사태는 인도 기업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외국 AI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 위험을 재인식시켰다. 인도 AI 벤처 플랫폼 액티베이트(Activate) 창업자 아크리트 바이쉬는 이 결정이 인도 기업들이 소수 선도 AI 공급자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오픈소스 모델로 전환하는 방향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조 소프트웨어(Zoho) 창업자 스리다르 벰부는 인도 정부가 인도산 및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 채택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인포시스 임원 모한다스 파이는 연간 5000억 루피(약 60억 달러) 규모의 AI·딥테크 기금과 클라우드·반도체 개발을 위한 신용보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는 인도 정부가 2024년 승인한 인도AI 미션의 5년 예산 1037억 루피(약 12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다자 근무 체계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인도 AI 서비스 기업 아토믹워크(Atomicwork) 공동창업자 비제이 라야파티는 팀이 미국 시민으로만 구성돼 있지 않으면 선도 AI 모델 접근에서 경쟁 열위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라이트스피드(Lightspeed) 파트너 헤만트 모하파트라는 인도가 경쟁력 있는 AI 기업을 육성하는 데 자본보다 인재·컴퓨팅 자원·실행력이 더 큰 제약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뉴델리 기술 정책 전문가 프라산토 로이는 이번 사건이 인도에서 강한 민족주의적 반발을 유발할 것이며, 미국 AI 모델은 미국 지정학과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는 인도 AI 생태계가 처한 구조적 딜레마를 부각한다. 자국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나선 스타트업이 손에 꼽히고 대부분의 기업이 미국 선도 모델 위에서 응용 서비스를 구축하는 현실에서, 단 하나의 정책 결정이 수많은 기업의 운영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도 정부의 AI 투자 확대와 오픈소스 전환을 향한 논의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