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급(KR)이 선급 규정과 설계 승인 업무 전반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차세대 규정·규칙 AI 에이전트(Next-Gen Rule & Regulations AI Agent)’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선급 규정, 기술 표준, 설계 데이터를 입력받아 조건에 맞는 부재(部材) 두께와 보강재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기존 검증 도구가 규정 충족 여부를 단순히 통과·실패로 판정하는 데 그쳤다면, 이 에이전트는 설계 단계에서 구체적인 개선안까지 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에이전트는 두 개의 엔진으로 구성된다. 온톨로지 기반 엔진은 복잡한 선급 규정과 기술 기준을 구조화해 설계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하고, 결정론적 엔진은 수치 검증과 계산을 정확히 수행한다. 핵심 특징은 근거 추적성이다. AI 에이전트가 어떤 규정 조항을 적용했는지, 어떤 입력값으로 계산했는지, 결과가 어떻게 도출됐는지를 자동으로 기록해 승인 근거가 시스템 내에 남게 한다. KR은 현재 조선소와 함께 설계 시스템과 선급 승인 시스템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설계자가 선박 모델을 구성하는 즉시 AI 에이전트가 KR 규정에 따라 실시간 검토와 응답을 제공하는 구조다.

구체적인 협력 사례도 공개됐다. HD현대삼호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반목(半木) 배치 자동화 과제다. 반목은 선체나 대형 블록을 지지·거치하는 구조물로, 기존에는 선체 형상·무게중심·지지점 등을 사람이 매번 도면으로 산정해야 했다. AI가 이 과정을 학습해 최적 배치를 제안하고 시뮬레이션까지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선박 설계 특화 엔지니어링 솔루션 ‘ANDDE’도 같은 방향으로 개발됐다. 자연어 기반 작업 환경을 제공해 설계자가 명령어 대신 설계 의도와 조건 중심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KR은 AI 전담 조직인 AI융합기술센터를 구성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등 조직 정비에도 나섰다. 김대헌 KR 부사장은 지난 11일 창립 66주년 기술 세미나에서 “AI로 어떻게 편리하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를 조선소와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며 반복 업무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