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식재산처가 다른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의 구조를 복제하는 ‘모델 증류(distillation)’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미국이 자국 AI 모델에 대한 증류 행위를 최근 강하게 견제하고 나선 데 선제 대응하려는 취지다. 다만 미국과 중국을 뒤쫓는 후발주자인 한국이 스스로 기술 추격 경로를 차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모델 증류란 다른 고성능 AI 모델의 답변을 역추적해 원본의 핵심 지식과 작동 방식을 복제하는 학습 방식을 말한다.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미국 빅테크가 AI 모델 기술을 선도하는 사이 후발 기업들은 이 방식을 활용해 격차를 좁혀왔다. 빅테크들이 자체 이용약관으로 모델 증류를 금지하려 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 역시 모델 증류로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의 기술 우위를 증류로 무력화하려는 중국 기업들을 강하게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중국 AI 기업인 딥시크, 문샷AI, 미니맥스를 직접 거론하며 “적대 세력이 미국 AI 모델을 추출·증류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식재산처는 이러한 미국의 견제가 언제든 한국 기업으로 향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규제를 추진 중이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는 ‘타인의 노력과 투자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 사용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모델 증류라는 새로운 흐름을 규율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게 지식재산처의 판단이다. AI 토큰 사용 비용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토크노믹스를 통달한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지적처럼, 모델 개발 비용을 둘러싼 각국의 셈법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입법이 국내 AI 기술의 발전 동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AI 3강 진입을 목표로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는 입장인 한국이 먼저 나서서 증류를 차단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증류 규제의 시의성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며,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최적의 입법 속도를 찾겠다고 밝혔다. 규제 도입 시점과 강도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