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기업가치 9,650억 달러(약 1,448조원)로 평가받으며 오픈AI를 앞질러 몸값 1위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이 8일(현지시간) 공개한 2분기 벤처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650억 달러(약 98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이 같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AI를 향한 벤처 자금 쏠림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가운데 나온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미국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4,127억 달러(약 619조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 이 가운데 86%인 3,559억 달러(약 534조원)를 AI 기업이 흡수했다. 1억 달러 이상 대형 라운드가 전체 투자액의 87.5%를 차지하며 자금이 소수 기업에 몰리는 현상이 심화됐다. 2분기에만 앤트로픽과 방산 스타트업 앤듀릴 등 10억 달러 이상 라운드가 7건 성사됐고, 그 규모는 총 872억 달러(약 130조원)에 이르렀다.
초대형 거래도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2분기에 1조 7,000억 달러(약 2,550조원) 규모로 기업공개(IPO)를 완료하며 역대 최대 상장 기록을 세웠다. AI를 중심으로 한 자금 유입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흐름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쏠림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피치북은 시장이 AI라는 단일 테마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광범위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수의 대형 라운드가 전체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는 특정 분야의 기대가 꺾일 때 시장 전반의 충격으로 번질 위험을 안고 있다. 자금이 극소수 선두 기업에 집중될수록 후발 스타트업이 자본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양극화도 함께 지적된다. 앤트로픽의 몸값 1위 등극이 AI 투자 열기의 정점을 상징하는 동시에, 과열 논쟁의 한복판에 놓인 이유다. 국내 벤처 시장 역시 미국발 AI 밸류에이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자금 배분의 쏠림과 조정 위험을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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