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 교통, 치안정보 등 각 기능별로 흩어져 추진되던 인공지능(AI)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사업 기획부터 예산, 개발, 운영,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내부 운영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가경찰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 ‘경찰청 인공지능의 개발 및 활용에 관한 규칙’이 지난달 30일 시행됐다. 이번 훈령은 올해 1월 시행된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에 맞춰 경찰의 AI 개발·활용 기준과 사업 관리체계를 구체화한 것이다. AI기본법 시행 이후 대다수 정부 부처가 별도 규정 없이 기본법을 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AI 관련 내부 훈령을 제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나 교통 분야에서 다루는 AI가 생체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취급하는 만큼,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 법 시행에 앞서 내부적으로 먼저 관리 기준을 갖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훈령은 기본권 보호와 안전성, 공정성, 개인정보 최소화를 4대 원칙으로 규정했다. 경찰청 차장을 인공지능책임관(CAIO)으로, 미래치안정책국을 총괄부서로 지정하고 각 소속기관에는 인공지능담당관을 두도록 했다. 각 사업부서는 중기사업계획서와 인공지능투자계획서를 수립해 총괄부서와 사전 협의해야 하며, 총괄부서는 예산 적정성과 사업 중복 여부를 검토해 유사·중복 사업을 통합·조정할 수 있다. 예산이 확정된 AI 사업도 발주 전 총괄부서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생성형 AI와 고영향 AI를 운영하는 부서는 투명성 확보 조치를 이행하고, 사업 추진 전 공공분야 AI 영향평가를 실시해 결과를 공표해야 하며 관련 문서는 5년간 보관해야 한다. 공공분야 AI 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관련 법 조항은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경찰은 신뢰할 수 있는 AI 활용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내부 규정으로 먼저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운영 중인 95개 정보화시스템에 AI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동일한 기술을 여러 부서가 각각 개발하거나 공통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비효율을 막기 위해 총괄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부터 3개년 계획으로 수사지원 AI 사업을 추진해 사건 쟁점 정리와 영장신청서 초안 작성 기능에 이어, 올해는 수사관 질문 추천과 신종 범죄 탐지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공 AI전환(AX)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경찰민원24와 182콜센터를 연계한 AI 민원 상담 서비스 ‘모두의 경찰관’도 내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경찰은 ‘치안 AI 기술 총괄관리체계 구축 연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경찰의 AI 기술과 사업화 현황을 전수 분석해 부서별 기술 중복 여부와 공동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치안정책연구소의 AI 연구 기능 강화와 전담 연구조직 신설 등 다양한 관리체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AI 사업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중복성을 검토하고 공통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훈령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