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선거 캠프가 AI를 사실상 전 업무 단계에 걸쳐 활용하고 있다. 뉴스레터 앵커체인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캠페인 전략가의 87%가 AI를 매일 사용한다고 답했다. 유권자 데이터 분석, 선거 홍보물 제작, 소수 유권자층을 겨냥한 맞춤 메시지 발송까지 AI가 침투한 영역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영상·이미지 생성을 훨씬 넘어선다. 민주당 계열 유권자 지원단체 스윙레프트(Swing Left)는 캠프를 위해 문 앞 유권자 대화를 AI로 분석하는 앱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직 책임자는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이 데이터 포인트”라고 밝혔다.
양당이 AI를 도입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민주당 진영은 비영리 모델을 선호하는 반면 공화당은 민간 기업 주도 방식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민주당 지지층은 AI 활용에 회의적인 편이어 캠프가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리는 반면, 공화당 전략가들은 내부 반발이 비교적 적다. 공화당 전략가 에릭 윌슨은 “유권자들이 AI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캠프가 이메일 초안 작성이나 영상 편집에 AI를 쓴다고 자랑하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쓰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국 교육위원회는 상대방 발언을 왜곡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민주적 담론을 해친다며 거부하는 반면, 공화당 전략가 측은 실제 발언에 근거한 AI 생성 영상은 허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측 단체 아메리칸브리지21세기(American Bridge 21st Century)는 AI로 공화당 후보 250여 명을 검증했다.
유럽은 미국과 대조적인 방향을 택했다. 2025년 10월부터 EU 전역에서 정치 광고 새 규정이 발효됐다. 광고를 낸 주체, 대상 선거, 집행 비용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정치적 성향이나 민족 배경 같은 민감 정보를 광고 타겟팅에 사용하려면 별도 명시 동의가 필요하다. EU AI법의 생성형 AI 투명성 요건은 2026년 8월 2일부터 적용되어 공공 관심사 주제의 딥페이크와 AI 생성 텍스트에 명확한 표시를 의무화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6월 AI 생성 콘텐츠 라벨링에 관한 자발적 실천 강령도 공개했다.
독일 역시 2025년 연방의회 선거 캠페인에서 AI가 활용됐으나 미국보다는 소규모였다. 기민당(CDU), 사민당(SPD), 녹색당, 자민당(FDP), 좌파당은 문자 작성 보조·이미지 편집·소셜미디어 관리 등 목적으로 AI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기민당은 AI 챗봇 ‘콘라트(Conrad)’를 도입해 담당자들의 보도자료·소셜미디어 게시물 초안을 지원했다. 기민당·사민당 등 주요 6개 정당은 2024년 12월 AI 생성 이미지·영상·음성을 명확히 표시하고 상대 후보의 말을 변조하는 딥페이크를 금지하는 공정선거협약에 서명했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2028년 대통령 선거에서 AI 전략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