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 재보험사들이 1980년대부터 사용해온 물리 기반 재난 모델(Cat Model)에 생성형 AI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기존 모델은 지구를 격자 셀로 나눠 중력·마찰·유속 방정식을 풀어 지진·허리케인·홍수 피해를 추정하는데, 해상도와 지리적 커버리지 사이의 트레이드오프가 불가피했다. 스위스리(Swiss Re) 자회사 패덤(Fathom)은 확산 모델(diffusion model)을 활용해 2030년 기후 시나리오에서 수만 년치의 기상 이벤트를 합성 생성한다. 기존 기후 시뮬레이션 약 1,000년 분량으로 학습한 뒤, 원래 모델로는 불가능한 훨씬 더 많은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패덤의 과학 디렉터 올리버 윙은 “AI가 가능한 것의 범위를 완전히 재정의했다”고 밝혔다.
경쟁사 베리스크(Verisk)도 생성형 AI로 강풍과 강우를 순차 분석이 아닌 동시 모델링해 공간 변동성을 훨씬 더 정밀하게 포착하고 있다. 무디스 RMS는 산불·허리케인 이후 위성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보험 손실을 추정한다. 생성형 AI는 역사적 데이터가 거의 없는 극단적 꼬리 위험(tail-risk) 이벤트 추정에서 특히 가치가 크다. 그러나 모든 생성형 AI가 가진 한계인 환각도 문제다. 패덤의 윙은 “이 기법으로 물리 법칙을 위반하는 그럴듯해 보이는 이벤트를 생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위스리에 따르면 2025년 자연재해로 2,20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그중 보험 가입 금액은 1,070억 달러에 그쳤다.
더 정확한 모델이 실제 보험료에 반영되는지도 의문이다. 한 모델 개발자는 보험사들이 “더 많은 계약을 체결하게 해주는 모델, 즉 손실 추정치가 낮은 모델을 선호해서 구매한다”고 지적했다. 모델의 과학적 정확성이 높아져 잠재적 손실이 더 크게 추정되면 오히려 더 많은 자본 준비금을 쌓아야 하므로 영업 논리와 충돌한다. 더 정확한 AI 재난 모델이 방글라데시나 브라질처럼 기존 모델링 업체들이 낮은 자산 가치를 이유로 건너뛴 지역에 보험을 확대할 잠재력이 있지만, 과학적 정확성을 우선하는 인센티브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산업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