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 인사들이 AI 전환기를 맞아 경쟁 대신 협력을 택하자는 ‘공진화(共進化)’ 비전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12일 일본 나가노현 노자와온천에서 열린 ‘아스티다 이그제큐티브 살롱 2026’ 행사에서 K-엔터테크 허브가 주관한 세션이 이 같은 메시지를 담아 진행됐다.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위원이자 동국대 석좌교수인 고삼석 위원, 이스트소프트 정상원 대표, 롯데홀딩스 다마츠카 겐이치 사장이 패널로 참석해 양국 AI 생태계의 현황과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패널들은 한일 양국이 AI 밸류체인에서 서로 다른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도체 등 하드웨어와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 영역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보이는 반면, 응용 서비스·소비자 시장 단계에서는 일본이 강점을 갖는다는 진단이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한국은 K-팝·드라마, 일본은 애니메이션·캐릭터 분야에서 각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글로벌 유통 플랫폼 경쟁력은 양국 모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삼석 위원은 이 구조적 비대칭을 협력의 접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제로섬 관계를 플러스섬 관계로 전환하고 이해관계자 모두가 함께 이익을 얻는 이타적 공진화로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사례 공유도 이어졌다. 정상원 대표는 가입자 46만 명에 해외 비중 90% 이상을 기록 중인 AI 휴먼·AI 더빙 플랫폼 ‘페르소.ai’를 소개했고, 다마츠카 사장은 IP·호텔·메타버스·스포츠를 아우르는 ‘원 롯데’ 전략 기반의 한일 협력 자산을 제시했다. 세션 외에도 한국 AI·소프트웨어 기업 7개사가 부스를 운영하며 일본 기업 경영진과 개별 상담을 진행했다. 고 위원은 “강점뿐 아니라 약점 영역에서도 협력이 이뤄질 때 양국 콘텐츠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며 정부 지원 아래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상시 연결하는 한일 엔터테크 오픈이노베이션 트랙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포럼은 일본 프로탁구 T리그 구단이자 2021년 도쿄증권거래소 프로마켓에 상장한 류큐 아스티다가 주최했다. 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경쟁력 강화가 한일 양국의 공통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사처럼 민간 주도의 정례 협력 채널이 실질적 비즈니스 연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