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와 아크연구소 연구진이 게놈 언어 모델 Evo 계열로 박테리오파지 ΦX174를 닮은 유전체를 설계하고, 이 가운데 16종이 실험실에서 대장균을 감염시키며 증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2025년 9월 공개한 프리프린트와 공식 연구 해설에서 이를 완전한 유전체를 생성형 AI로 설계해 기능까지 검증한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사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만든 연구는 아니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이며, 실험에는 비병원성 대장균 균주가 쓰였다.
설계의 바탕이 된 ΦX174는 5,386개 뉴클레오타이드와 11개 유전자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200만 개가 넘는 파지 유전체를 학습한 Evo를 미세조정하고, 품질과 숙주 특이성, 진화적 다양성을 기준으로 후보를 걸렀다. 이후 합성한 설계 285개를 대장균 C에 넣어 성장 억제 여부를 시험했으며, 16개 후보를 서열로 다시 확인하고 증식 가능한 바이러스로 확보했다. 일부 후보는 자연 상태의 ΦX174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감염 적합도를 보였지만, 결과는 제한된 실험실 조건에서 얻은 것이다.
연구진은 ΦX174에 내성을 갖도록 진화시킨 대장균 세 균주에도 AI 설계 파지 조합을 시험했다. 이 조합은 세 균주 모두에서 1~5차례 계대배양 안에 내성을 넘어섰지만, ΦX174 단독 처리는 실패했다. 이 결과는 항생제 내성 세균에 대응하는 파지 치료 후보를 더 체계적으로 탐색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환자 대상 치료 효과나 안전성을 입증한 임상 결과는 아니며, 실제 의료 적용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전용 생물안전작업대와 별도 폐기 절차를 사용했고, 장비를 격리 구역 밖으로 반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vo의 학습 데이터에서는 사람 바이러스 서열을 의도적으로 제외해 해당 서열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런 안전장치는 연구 범위를 비병원성 숙주와 잘 알려진 주형 안에 묶는 역할을 한다. 성과의 핵심은 치료제가 완성됐다는 데 있지 않고, AI가 제안한 유전체를 합성·검증하는 전 과정에서 성능과 생물안전을 함께 심사해야 한다는 기준을 구체화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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