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광학기업 자이스(ZEISS)가 세계 최초의 반도체 이노베이션센터를 경기 용인에 구축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매튜 윌슨 자이스코리아 부사장은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 미디어데이에서 “독일의 기술을 한국의 속도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반도체 개발 속도가 곧 경쟁력이 된 만큼, 국내 고객이 HBM과 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을 한국에서 빠르게 검증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용인이 낙점된 배경에는 입지 이점이 있다. 한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세계 첨단 메모리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데다, 용인에는 SK하이닉스의 신규 생산단지가 조성되고 있고 삼성전자의 화성·평택 공장과도 가까워 고객과 공동 개발을 진행하기에 유리하다. 기존에는 국내 고객이 웨이퍼와 반도체 마스크 등을 독일·이스라엘·미국으로 보내 기술을 검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용인 센터에서 자이스 연구진과 함께 장비를 시험하고 새 공정을 공동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센터에는 첨단 패키징 검사 장비 ‘NLX 100’과 웨이퍼 형상 제어 장비가 설치됐다. 현재 2대가 운영 중이며 최대 4대까지 운영할 수 있게 설계됐고 세 번째 장비도 추가 도입될 예정이다. NLX 100은 엑스레이로 반도체 패키지 내부를 입체적으로 검사해 마이크로 범프와 실리콘관통전극(TSV)의 결함을 찾고 크기·편차를 측정하는 장비다. 웨이퍼 형상 제어 장비는 공정 과정에서 휘어진 웨이퍼를 최대 700마이크로미터(㎛)까지 보정해 본딩 공정 수율을 높인다. 마이클 헨첼 자이스 반도체 제조기술(SMT) 사업부 첨단 패키징 총괄은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 시대에 맞춰 엑스레이 해상도를 높이고 방사선량은 낮추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이스의 용인 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계의 전략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램리서치는 2022년 용인 인근에 한국테크놀로지센터를 열었고 ASML은 화성 캠퍼스에서 글로벌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하는 등, AI 반도체 시대 들어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서 기술을 공동 개발·검증하는 것이 장비사의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첨단 패키징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장비업체의 한국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편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는 D램 수급이 최소 2028년 상반기까지 빠듯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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