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고 한국도 참여한 AI 공급망 협의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가 AI 산업의 핵심 물자를 운송하는 새 플랫폼을 추진한다. 제이컵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팍스 실리카 2차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팍스 실리카 AI 지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첫 과제는 파나마 운하를 통한 AI 물자 운송에서 화물 검증과 AI 기반 위험 평가, 신뢰 화물의 사전승인 신속통관을 포괄한 ‘팍스 패스(Pax Pass)’ 도입이다.
미 국무부는 팍스 패스 플랫폼을 개발·배치하는 데 5천만 달러(약 770억 원)를 지원한다. 헬버그 차관은 팍스 패스가 거래 과정의 마찰을 줄이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며 신뢰 기반 무역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는 세계 핵심 물류 요충지로, 중국의 AI 공급망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것이 팍스 실리카의 설립 취지다. 협의체는 미 스탠퍼드대와 협력해 기업가·엔지니어·첨단 제조업 인재를 양성하는 ‘파운드리 스쿨’도 출범했다.
헬버그 차관은 AI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생태계를 모두 국내에 두려는 ‘디지털 주권’ 개념 대신 ‘혁신 주권’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기술 최전선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협력·경쟁하는 것이 혁신 주권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러스 헤들리 국무부 선임담당관도 칩·데이터·모델·인프라를 포함한 AI 스택 전체를 국내에 두려는 ‘AI 주권’ 정책이 비효율과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싱가포르·영국·호주·인도 등이 참여해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이후 아르헨티나·독일·네덜란드·칠레·유럽연합(EU) 등이 추가로 서명해 옵서버를 포함하면 30개가 넘는 경제 주체가 참여하게 됐다. 헬버그 차관은 한국을 두고 반도체 생산과 기술 전문성, 엔지니어링에서 국가 규모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라며 협력 심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인 만큼 이번 협의체 참여는 국내 AI 인프라 산업에도 통상·안보 측면의 함의를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