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Vivatech) 컨퍼런스에서 유럽 기술 업계의 최대 화두는 AI 주권이었다. 참석자들은 미국 중심 AI에 종속될 경우 미국의 가치관으로 학습된 모델만 사용해야 한다는 우려를 공유했다. “주권(sovereignty)”이라는 단어를 술자리 게임의 키워드로 삼았다면 3시간 안에 만취했을 것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이 단어가 반복됐다. 이 시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미국이 국수주의적 AI 노선을 이어간다면 프랑스는 독자적으로 나아가겠다고 경고했다. 그의 ‘프랑스를 선택하라(Choose France)’ 이니셔티브는 소프트뱅크의 750억 유로 데이터센터 투자 공약 등 1,000억 유로 이상의 AI 인프라 투자 약속을 끌어냈다.
캐나다 AI 기업 코히어(Cohere)의 에이든 고메스(Aidan Gomez) CEO는 G7과 비바테크 양쪽에서 “민주주의 진영이 세계 2위 AI 강국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며 긴박감을 촉구했다. 코히어는 독일 알레프 알파(Aleph Alpha)와의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유럽 다국적 연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AI 선구자 얀 르쿤(Yann LeCun) 역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오픈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태피스트리(Project Tapestry)’를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이 유럽 인재 유치 의지를 자극하고 있다. 유럽인들의 미국 대학 등록이 줄었고, 미국 AI 랩에 있는 유럽 연구자들이 귀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앤트로픽의 Claude Fable 모델 수출 통제 사태가 유럽의 위기의식을 결정적으로 키웠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외국 국적자의 앤트로픽 모델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 통제를 발동하자 앤트로픽은 해당 모델을 시장에서 아예 철수해야 했다. 칩 스타트업 콴트(Qant)의 마이클 포르취(Michael Förtsch) CEO는 “이 수출 통제가 유럽의 주권 논의를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미국이 자국 AI 시스템에 언제든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유럽 기업들은 미국 모델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취약성을 직면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