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Adobe)가 2026 회계연도 2분기에 매출 66억2000만 달러(약 10조15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을 달성했다. 연간 매출 전망치와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주당순이익(EPS) 전망도 상향했다. AI 기반 이미지 생성 서비스 파이어플라이(Firefly) 등 AI 기능 확장에 힘입어 AI 우선 연간반복매출(ARR)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 5억 달러(약 7600억 원)를 넘어섰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실적 발표 당일 댄 던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퇴사 소식이 겹치며 시장 반응은 수치와 달리 냉랭했다. 샨타누 나라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후임자 선임 후 퇴임 계획을 밝힌 데 이어 CFO까지 이탈하자, 투자자들은 AI 전환 전략의 안정적 추진 주체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기했다. 18년간 회사를 이끈 CEO의 교체 과정에서 핵심 임원이 이탈한 것이 리더십 공백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시장이 어도비에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은 AI가 기존 사업 모델을 지키는 방어막인지, 아니면 위협 요소인지다.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프리미어 프로 등 어도비 제품은 오랜 기간 전문가 중심의 가격 결정력과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캔바 같은 간편형 디자인 플랫폼과 미드저니·런웨이 등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비전문가도 고품질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어도비의 AI 투자가 기존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구독의 프리미엄 가치를 높일지, 아니면 일부 수요를 저가 서비스로 분산시킬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다.
어도비는 AI를 개별 기능 추가가 아닌 ‘전문가 워크플로 통합’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창작자가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면 파이어플라이,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일러스트레이터 등 여러 도구에 걸친 다단계 작업을 AI가 조율·실행하는 방식이다. 세일즈포스가 AI 에이전트 사용량을 ‘에이전틱 워크 유닛(AWU)’으로 측정하고, 서비스나우가 ‘어시스트’ 단위 과금을 도입하는 등 SaaS 업계 전반이 좌석 수 기반 구독 모델을 넘어 AI 업무 성과 기반의 새로운 과금 체계를 모색하고 있다. 시장이 AI 기능 존재 여부보다 수익화 증거를 요구하는 흐름은 국내 SaaS·소프트웨어 기업에도 같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